인연이란 참으로 신기하게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전혀 다른 형태로, 당신과 내가 쓰리피쉬의 에세이에서 만나듯. 안녕하세요, 특별한 이너님!처음이라면 반가워요, 구면이라면 어서와요. 그간 잘 지내셨나요?저는 하루하루 반복되는 작은 한계들을 넘어가며 잘 지내고 있답니다. /거래처 사장님이 선물로 주신 작은 봄. 같이 보고 싶어서 올려보는 :) 오늘 에세이 제목은'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지만 행복한 시간은 가끔 돈으로 살 수 있다.'김신회 작가의 [아무튼,여름]에 나오는 구절이에요. 소소한 위로를 받은데다 최근 공감가는 경험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던.그래서 오늘의 에세이 제목으로 탕탕, 선정. 공감갔던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근래 몸도 맘도 지쳐있던터라제대로 S/S 시즌 준비에 들어가기 앞서 깊은 휴식이 필요했어요. 제 휴식은 별다를 게 없어요. 인적이 드문 아주 외진 곳에 틀어박혀생각 정리하기. 책 읽기. 글쓰기. 조금 걷기. 맛있는 걸 먹고...고요함이 주는 안온함과 안정감에 그대로 풍덩 담겨져 있기. 목욕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일까요? 벽난로 켜놓고 흔들의자에 앉아서 하루종일 책만 읽었던 날. 행복 자체는 돈으로 살 수 없다지만 행복한 '시간'은 '가끔'돈으로 살 수 있다는 말이 와닿았어요. 힘든 시간들 속에서우리는 가끔 돈으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. 물론 그게 근본적인 행복은 아닐 수 있지만, 잠시나마 즐거움을 느꼈다면 때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. 보면서 하하, 웃었던 부분. 공감되어 더 사랑스러웠던 감정과 필체. 뜬금없다 느끼실 수 있는 맥락이지만 최근 구형 캠코더를 구매했어요.매 시즌 트랜드를 분석하고 연구하여 반영하다보니 자연스레 이런 빈티지한 아이템들에 눈길이 가게 되더라구요. 뭐니뭐니해도 이번 트랜드의 대표 키워드로 볼 수 있는게 '뉴트로' 라서 인 것 같네요. 연식이 좀 된 터라 테이프에 저장이 되는 형태에요. 테이프에 녹화된 영상을 디지털화 시켜서 컴으로 전송해야하는데꽤나 까다로워서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는 업로드... 성공할 수 있겠죠? 녹화된 영상을 보다보면 문득 갑자기 울컥울컥 할때가 있어요. 진한 그리움에서 기인한 감정. 어릴때 아버지께서 무척 큰 구형 캠코더로 저희 남매를 찍어주곤 하셨거든요. 90년대 감성 어디 못가죠...ㅎㅎ 사담이지만 우리가 아름다운 것을 보고 슬픔을 느끼는 건 태초의 낙원을 기억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어요.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움. 그러나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낙원.그곳에 대한 그리움과 노스텔지어. 이것도 책에서 본 내용인데 굉장히 감명받았던 기억이 있어 주섬주섬 적게 되네요.(오해하실까봐 남기자면 디자이너 본인은 무교입니다.) 21S/S는 좀 더 따스하고, 내추럴한 질감에 초점을 맞췄어요. 컬렉션 제목이 [My layers, 나의 레이어들]인만큼 층과 층,면과 면, 선과 선 등 내추럴한 느낌을 내려고 부단히 애썼답니다. 시즌에 들어가면 침대 위에서도, 거실에서도, 작업실에서도,길을 걷다가, 이동하면서도 계속해서 쉬지 않고 구상을 하곤해요.위의 사진도 자기 전 침대 위에서 샘플링해보며 찍어본 샘플 작업이에요.(허나 가차없이 탈락한 디자인ㅎㅎㅎ) 짧게 써야지, 하면서도 늘 이렇게 길어지는 블로그. 이너님께 하고픈 이야기가 너무 많은 디자이너의 애정이라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. :) 21SS는 아마 3월 중으로 오픈 될 것 같아요. 늘 그렇듯 자사몰에서 가장 먼저. 끝으로 김신회 작가의 [아무튼, 여름]의 따듯한 문구 몇가지와감정적으로 저를 움직였던 주변의 사물 이미지들을 남깁니다. 이 이미지들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그것도 나오는데로제일 먼저 보여드릴게요. 그럼,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. 부디 좋은 밤 되시길 바라요. [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.] [이제껏 수많은 여름이 나를 키운 것처럼 너도 자라게 하겠지.] [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나는 여름의 순간들과 함께 이만큼 자랐다.] [사람을 조급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여름과 외로움은같은 맹점을 지녔다.] [언젠가부터 코미디 프로가 재미없어지기 시작했는데,인생이 코미디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. 모든 과거는 추억이 된다지만 모든 추억이 그리움이 되는 건 아니다.] [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세계는 그 하나보다 더 넓어진다.그저 덜 휘청거리며 살면 다행이라고 위로하면서 지내다 불현듯 어떤 것에 마음이 가면 그때부터 일상에 밀도가 생긴다.납작했던 하루가 포동포동 말랑말랑 입체감을 띤다.] [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건 꾸밀 자유가 아닌 꾸미지 않을 자유니까.] [좋아하는 무언가에 대해 내가 가진 자격을 떠올리지 않는 일, 더불어 타인의 자격 역시 판단하지 않는 일. 그것만큼 가뿐한 자유가 없다는 것을 한여름 머슬 셔츠를 꺼내 입을 때마다 실감한다.]