Oasis


습하고 어두운 길이었다. 


비릿한 축축함이 몸을 타고 올라와 코끝에서 멈춰있었다. 

시작점이 어디였는지 끝은 어디인지,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. 

그저 어둠 속에서 땀이 흥건한 손끝으로 굴곡져 있는 젖은 벽을 짚어가며 한발 한발 내딛는 게 전부였다.  


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 안에서 헐떡이는 거친 숨소리만 울려 퍼졌다. 

목 안에 거대한 선인장이 들어찬 것처럼 고통스러웠다. 타들어가는 갈증을 느끼며 하염없이 걷다, 불현듯 지난날들이 생각났다.


 '그때 그러지 말걸 그랬다. 그 말을 했어야 했는데. 전화할걸, 욕심부리지 말고 나눌 걸 그랬네, 그때 그거 망설이지 말고 살 걸 아쉬워라.' 


 전에 없던 욕구적인 불만과 아쉬움 들이었다. 

생존이 달린 길 위에서 이런 것들이 떠오르다니. 

 이상적인 사고들은 왜 하나도 떠오르지가 않는지. 


 옅은 미소가 지어졌다. 어디선가 바람이 부는 것을 느꼈다.

발끝에 힘이 들어가면서 걸음이 빨라지고 바람이 강해짐을 느끼는 순간 빛이 보였다. 

 달려나갔다. 더 이상 어두움은 공포가 아니었다. 

빛이 나를 뜨겁게 안아올리던 순간, 눈앞에 펼쳐진 건 


거대한 녹 빛 선인장 숲에 둘러싸인 오아시스(oasis)였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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